아프리모 연애컬럼 - 연애

연애칼럼 연애

  • present와 gift의 차이- 받고 싶은 선물, 주고 싶은 선물

    아****

    연애를 하는데 있어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각한 고민, 그건 바로 상대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주고 싶은 선물보다 상대방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을 사주는 게 맞다. 물론 그게 뭔지 몰라서 고민할 테지만,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심플하다. 선물을 사주는 시즌에만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볼 것. 그리고 그 힌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좀 더 소통할 것. 이 두가지가 정답이다.   영어에는 선물을 뜻하는 두가지 단어가 있다. present 와 gift다. present는 의미나 목적이 있는 선물이지만 gift는 다르다. 누군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주는 선물을 gift라 하진 않는다. 그것은 백화점 같은 곳에서 나눠주는 상품, 혹은 포인트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gift카드는 있지만 present카드는 없는 것이다. present가 특별한 기념일에 주는 선물을 뜻하는 이유는, 이 단어의 다른 뜻 중에 현재라는 의미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은, 기왕이면 상대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걸 해 주는 게 가장 좋다. 영화를 보며 똑같이 눈물을 잘 흘리는 성격이라 해도 그 장르나 타이밍이 같은 건 아니다. 누군가는 남녀의 사랑에,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 간의 사랑이나 남자들의 우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람마다 결핍에서 비롯된 감동의 코드는 다르다. 본인에게만 확신이 선 감동코드를 쉽사리 집어넣었다가, 그것이 상대방에게 들어맞지 않아 울상을 짓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 여자 후배가 말했다. 언젠가 유리병에 들어 있는 학 천 마리를 받았단다. 그 학 안에는 메시지가 하나하나 쓰여 있었다는데, 그걸 매일 보라는 남자가 너무 짜증났단다. 뭔가 부담도 되고 일단 유리병에 학은 내방의 인테리어 상 두고싶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남자가 아무리 진심을 다했다고 한들, 그건 여자에게 present가 아니었던 거다. 그저 커피를 사먹으면 쌓이는 gift포인트 정도였을 뿐이다.인터넷에 떠도는 오래전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서울 경기권 여성 2000명 설문결과 빼빼로 데이에 남자친구에게 받고 싶은 아이템 브랜드는 ‘1위. 샤넬(17%) 2위. 루이비통(8%) 3위. 꼼데가르송 (6%) 4위. 마크제이콥스(5%) 5위. 버버리(2%) 6위. 기타브랜드 <멀버리, 디올, 어그, 비비안웨스트우드>’ 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는 ‘1위. 폴로 랄프로렌(24%) 2위. 유니클로(22%) 3위. 자라(9%) 4위. H&M(4%) 5위. 아베크롬비(1%) 6위. 기타브랜드<라코스테,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커스텀멜로우, 시리즈, 톰브라운, 톰포드, 폴스미스>’ 라고 했다. 물론 출처와 표본집단이 불분명한 조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정하긴 어려운 그런 결과다.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가치가 있고, 설문에 나와 있는 ‘남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역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결과를 보고 피식하는 이유는 분명 두 결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비싸고 멋진 선물을 좋아할 수는 있다. 직접 짠 목도리나 십자수 선물도 좋지만, 그러한 선물이 메인이 될 땐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남자들은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말하는 ‘남자답다’라는 이미지는 책임감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책임감의 확장으로 인해 비싼 선물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여자의 그것에 비해 크게 작용한다. 예전 여자 친구가 지갑을 사주겠다며 백화점 명품관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당연히 나 역시 갖고 싶은 지갑이 많았지만, 다 별로라고 그냥 나가자 이야기 했다. 사준다고 해도 까다롭게 구냐며 그녀는 나에게 화를 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자리에서 ‘나 이게 맘에 들어.’라고 도무지 이야기할 수 없었다. 비싼 선물을 받은 친구를 보며, 남녀가 똑같이 ‘그래서 넌 뭐해줬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그 속내는 다르다. 남자들 같은 경우엔, ‘그러한 선물을 받았다면 너 역시 그보다 더 좋은걸 해줬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양아치가 아니고 뭐냐. 남자답지 못하게.’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자는 다르다. ‘너도 그렇게 비싼 선물을 해주고 받은 거야? 그럼 뭐 그렇게 부럽진 않네.’ 라는 완벽히 다른 의미의 말이다. 기왕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준 비싼 선물 역시 그의 피와 땀이 들어간 것이라는 것에 의의를 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을 건데, 그걸 날 위해 쓰다니.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의미가 있는 선물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비싼 선물이 나쁘단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정은, 눈부신 황금이 있다면 더 빛을 발할 확률은 높을 것 같다. 남녀의 정도가 다르다곤 해도, 비싼 선물을 받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값진 선물이라는 말이 내포한 그 값이, 반드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가치를 포함하는 게 아니라는 것엔 남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거라 생각한다. 선물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스스로의 삶 자체가 시급과 연봉으로 환산되는 요즘 시대에, 그러한 현상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현재 갖고 싶은 물건은 평소 본인이 쉽게 살수 없었던 비싼 물건일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위시리스트가 반드시 비싼 것이란 생각 역시 위험하다. 은근슬쩍 대화를 통해서 떠보거나, 주위 친구를 활용해 위시리스트를 확실히 확보하자. 주변 친구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해도 SNS를 활용하면 그만이다. 선물은 받을 때도 기분이 좋지만 할 때 역시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상대방이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직접 그 표정을 확인할 때의 쾌감은 말로 형언할 수없다. 아, 향수나 화장품과 같은 소모성 선물은 특별한 날 보단 평소에 사주는 게 좋다. 그가 좋아하고 내가 맡기에도 좋은 향수를 하나 건네며, ‘이 향을 맡고 싶어서라도 더 자주 보고 싶어.’ 라고 얘기하는 여자친구. 꽤 로맨틱하지 않을까? 반대로 당신을 더 자주만난다는 사실에 기겁하는 남자친구라면, 이 기회에 뻥 차버리면 그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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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한 남자

    아****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한 남자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실컷 비웃음을 산 한 남자의 사연을 들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사연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난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한 것 같지 않냐.’라는 말을 꺼낸 게 원인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장난이냐며. 로맨티스트 코스프레 하지마라며 욕도 한 바가지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 순수와 순진은 다르기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세상의 판단을 비교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순수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강한 몰입을 통해 세상의 판단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가치의 개입이 섞이는 걸 싫어하는 이들은, 그래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실생활에서 순수한 물질이 환영받지 않는 일도 의외로 많다. 100퍼센트 순모 정장은 구김이 많이 가서 데일리 정장으로 적합하지 않고, 몸만들기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어떤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닭 가슴살만 먹는 일이다. 편식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내가 유일하게 꺼리는 음식이 있다면, 당근만 100프로 갈아 만든 주스다. 사람중에도 순수한 사람이 있다. 깨끗한 피부,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외모도 한 몫 하지만 말투나 성격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감정표현의 솔직함, 호기심이 대단한 사람,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며 호불호를 확실히 전달하는 명확한 태도 등 이다.   이들을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연애의 대상으로서 ‘아이 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은 꽤 인기가 많다. 성장에 관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내 색깔로 물들일 수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직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상대방에게 나라는 첨가물을 섞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이루는 근간은 오직 나와 그 사람일 뿐이라는 독점욕도 자극한다.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다수의 욕망은 사랑의 대표적인 형태다. 하지만 순수한 사람과 한 번이라도 사귀어 본 사람은 그 연애가 반드시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순물질은 녹는점과 끓는점, 어는점이 일정하다. 마찬가지로 순수한 사람은 감정이 풀어지는 지점, 화가 나는 지점, 차갑게 굳어버리는 지점이 확고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던 연애 초기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연애 중기 이후에도 그것을 정확히 맞춰줘야 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화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지점이 유동적이므로 녹는점 근처에만 가도 쉽게 화가 풀리곤 한다. 그렇지만 순수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변화에 조금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자기 기준에서 어긋난다는 이유로 그 노력을 제대로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감정 표현에 있어 솔직한 사람은, 대체로 그 기복이 심한 편이다. 처음에는 이 같은 매력에 끌렸지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거나 지치는 경우가 잦아진다.    순도가 높은 흰색도 있지만, 검정색도 있다. 순진한 사람이 착할 수는 있지만, 순수한 사람이 무조건 착하리란 법은 없다. 그래서 순수한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욕망은, 타인에겐 집착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꽤 많다. 여러 가지 불순물이 지나치게 섞인 사람만큼, 지나치게 순수한 사람역시 쓰디쓴 당근 주스처럼 대하기 힘든 존재다. 사연 속 남자가 연애에 실패한 이유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본인의 순수함에 몰입돼, 일종의 공감능력이 상실된 상태랄까? 그가 지나치게 순수함을 어필하다가 다음 연애를 또 실패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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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릿 찌릿 시그널 보내~ 사랑에 빠지면 전기가 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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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릿 찌릿 시그널 보내~ 사랑에 빠지면 전기가 찌릿?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찌리릿. 전기가 통한다는 거다.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했을 때 즐겨 쓴다. 발걸음이 멈추고, 거리의 소음대신 내 심장박동소리만 들리게 되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종의 마비증상이 수반된다. 그러고 보면 꽤 일리 있는 말이다. 어차피 우리 몸도 물질로 이뤄져 있고, 뇌파 역시 전파와 비슷하니까. 물질의 종류에는 전류를 잘 통하게 하는 전도체(도체), 그리고 거의 통하지 않는 부도체(절연체)가 있다. 나무, 시멘트, 고무, 비닐, 종이 등이 부도체에 속한다. 이들 물질이 전류를 전달할 수 없는 이유는, 전자의 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적은 양의 열이나 전기를 전달하긴 한다. 즉, 열이나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쉽게 상대방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부도체형 사람들도, 순간적인 호기심을 가져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그것은 부도체들에게서 발생되는 정전기현상(방전)과 비슷하다. 털과 플라스틱 책받침을 마찰시킬 때 쭈뼛하게 선 털들이 책받침에 달라붙는 것처럼, 엄청나게 매력적인 이성을 마주할 때, 특히 그 이성이 은밀한 마찰로 자극을 주기라도 한다면,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을 받거나 닭살이 돋아나며 순간적으로 넋이 나가버리는 방전현상이 발생한다. 사람의 몸도 결국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전기가 통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전기가 발생되는 과정을 인터넷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기적으로 안정된 중성상태의 원자에 외부로부터 마찰, 열, 자력 또는 빛 등의 자극을 가하면 그 물질은 전자 1개를 빼앗긴다. 결국 양자 1개가 많아지는 결과가 되어 물질은 (+)전기를 띤다, 반대로 외부로부터 자유전자가 들어오면 전자가 많아져, 물질은 (-)전기를 띠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게 되었을 때도 마찰, 열, 자력 또는 빛 등의 자극을 경험한다. 온갖 아우라와 빛을 발산하는 그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 눈부신 황홀경을 맛본다던지, 그와 손이라도 스치는 순간 그 마찰이 만들어낸 열기로 몸이 달아오른다. 그 에너지를 상대방과 나누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싶은 감정이 자력이다. 그러한 순간이 오면 우리는 전자(마음)를 빼앗겨 버리거나, 상대방의 자유전자가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전자를 빼앗긴 쪽은 (+)전기를 띤다. 그래서 상대를 향해 더 뜨거운 상태가 된다. 언젠가는 상대방의 전자를 다시 빼앗아 원상태를 복귀하려 한다. 반대로 전자가 유입된 물질은 (-)전기를 띤다.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상대의 마음을 받은 쪽임에도, 오히려 상대의 사랑을 더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전자가 아닌, 원자핵을 원한다. 스스로 전자 하나만 양보하면 서로 평등한 사이가 되는 것임에도, 상대방에게서 더 진심어린 사랑을 원하며 자신의 안정을 찾으려한다. 아직까지 이성에게서 전기가 통하는 기분을 느껴보진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저항을 조금 낮추길 바란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 몇 백만 볼트의 강한 전압으로 자극을 준다고 해도, 본인의 저항이 강하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항이 강한지 약한지 모르겠다면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계속해서 다양한 전압을, 이성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의 경험치가 높아지는 거다. 물론 거기엔 치명적인 부작용이 하나 따르긴 한다. 자극에 대한 역치가 지나치게 높아져버려서, 웬만해선 자극이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버리는 거다. 그런 허무함만 조심한다면 연애를 많이 해 보는 건 나쁠 게 하나 없다.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너’를 알고, 그리고 ‘나’를 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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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 관성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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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관성의 법칙 과학시간에 배웠던 여러 법칙 중 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 이다. 관성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힘을 말한다. 즉, 관성의 법칙이란 정지한 물체는 영원히 정지한 채로 있으려고 하며 운동하던 물체는 운동하던 방향으로 운동을 계속 하려고 한다는 거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에서 중력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이 관성의 법칙을 연애의 과정을 겪으며 떠올린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연애의 과정에도 관성은 어김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모든 물체에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 된다고 했다. 이 때 물체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사랑에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시켜볼 수 있다. 처음 만나서 시작되는 심장의 두근거림부터,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한밤중의 몸부림까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가장 격렬한 운동인 사랑에 적용되는 관성은 대단하다. 우선 만남에 대한 관성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들여 놓기 시작하면, 우린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려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날씨가 좋아서 만나야하고, 궂은 날엔 기분이 꿀꿀하니 만나려 한다. 그렇게 그 사람을 향한 운동성에 각양각색의 이유를 붙여 나간다. 마치 결승점에 다다르려는 마라토너처럼,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대를 향해 나아간다. 때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 관성이란 녀석은 우릴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사랑 안 해? 사랑하잖아! 라는 식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씩 멀어지는 것 만 같은 결승점 임에도, 우린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향해 달려간다.  관성의 하이라이트는 이별이다. 관성의 법칙이 없다면 이별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사랑하려 했던 힘은 쉽게 없어지질 않는다. 침대에 던져 놓은 휴대전화에 손이 가고, 생각하기 싫은 추억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연애의 끝에 찾아오는 이별은. 사랑의 끝이라고 하긴 애매한 지점이 있다. 오히려 ‘우리가 사랑이었을까?’ 라는 질문의 대답을 확인하기 위한 연애의 연장선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는 과정이 연애라면, 이별은 그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길 위엔 추억으로 포장된 수많은 흔적들이 있다. 둘이서 꾹꾹 눌러 그렸던 것을 혼자서 지워야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흔적도 있다. 마치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린 수많은 선들 중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선이 있는 것처럼.  그것들을 굳이 지우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어떻게든 출발점에 되돌아오는 게 먼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추억도 언젠가는 단순한 기억이 된다. 오래전에 살던 동네에서 거의 매일 이용했던 버스가 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한 최근 몇 년간 그 버스를 이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분명 시내 어딘가에서 그 버스를 지나친 적도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진 않는다. 버스의 노선이 운행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건 특별한 버스가 아닌 그저 도로에 있는 수많은 버스 중 하나가 된 거다. 그리고 그 버스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나는 잘 살아 간다.이별의 과정에서 굳이 추억들을 정리하려는 이유는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다. 불안감도 한 몫 한다. 출발했던 지점으로 마침내 돌아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려 할 때, 미처 처리 하지 못했던 추억들이 밟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새로운 연애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 거다.그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는 헤어진 애인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음을 발견한 후다. 나보다 먼저 자유로워진 상대방을 원망할 필욘 없다. 어차피 누군가가 시작해야 했을 일이다. 그에게 연락을 하거나 연락을 받아주는 행동 등으로 잘 진행되고 있던 이별의 운동방향을 바꾸지 말자. 관성을 거스르기 위해선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관성이란 말이 헷갈린다면 의리로 바꿔 생각하면 편하다. 영원히 함께 하겠단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사랑의 의리라면, 다시는 옛 연인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잘 보내주겠다는 이별의 의리 역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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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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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밀당은 연애에서 필요하다. 단지 억지스런 밀당이 손해가 될 뿐이다. 특히 권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밀당은 꼭 필요하다. 자신이 마이너스 영역에 있다 느껴지면 무조건 0을 곱해야 한다.별 것 아닌 연인의 표현으로 기쁨에 취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반대로 상대방의 절실한 노력과는 상관없이 점점 감정이 식어가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원점을 기준으로 한 수직선이 있다. 연애를 시작한 남녀는 수직선 위를 움직이게 된다. 대부분의 남자는 양의 영역에서 시작하여 음의 영역으로, 여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남자의 연애는 초기에 뜨거웠다 점점 식어버리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말은 이 때문이다. 양의 영역에 위치한 사람의 감정은 상대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플러스 무한대로 수렴한다. 반대로 음의 영역에 있을 경우엔 작은 행동하나라도 마이너스 무한대로 수렴해 이별을 맞이하곤 한다. 기준이 되는 원점은 연인들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100일 200일과 같은 시간적 의미가, 다른 누군가에겐 첫 싸움이나 첫 섹스와 같은 사건이 원점 역할을 하곤 한다.상대방을 향한 내 노력이 어디론가 새어 나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면, 그럴 때의 상대방은 100% 음의 영역에 위치해 있다. 마이너스 상태의 불안함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모든 행동은 상대에게 비 호감을 살 확률이 높다. 이럴 땐 괜한 노력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음수에 아무리 큰 양수를 곱해 봤자 더 큰 음수가 만들어질 뿐이다. 하지만 0을 곱한다면 상대도 0이 된다. 음수보단 0이 양수 쪽에 가까우니, 0이 된 순간부터 다시 노력하면 된다.  연애를 하는 사람이 가장 예민해지는 순간은 두 가지의 경우다. 작업 중인 이성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을 때, 그리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을 때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고 싶은 사람과, 헤어질 구실을 찾기 위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사람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전자의 경우엔 조그마한 당신의 실수가 커다란 발견이 되기도 하지만, 후자의 경우 그걸 빌미로 헤어짐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방이 예민해져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 편이 안전한 것이다. 양의 영역에서 뜨겁게 사랑하던 사람이, 차가운 음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리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이때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마늘과 쪽파가 양껏 들어간 음식을 먹은 후에도 오빠의 입술은 맛있다며 달콤한 키스를 나누던 그녀가, 아무리 유혹을 해도 키스를 거부하려 한다. 살을 좀 뺄까 물어 볼 때면, ‘듬직한 남자가 매력있어.’라고 말하며 내 살을 꼬집던 그녀가, TV속 몸짱연예인의 실루엣에 열광하며 내 몸은 거들떠도 안보기 시작한다. 투정과 시비가 늘어나고 데이트의 끝은 늘 싸움이 돼 버린다. 이쯤 되면 그녀, 혹은 그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들해진 데이트, 무미건조한 안부문자. 이러다 헤어지는 건 아닐까 겁이 날 거다. 사실 당신과의 거리를 지나치게 두는 상대와는 헤어지는 게 최선이다. 세상에 당신을 아껴줄 사람은 널려 있다. 그래도 이별하기 싫다면 몇 가지 지켜야할 룰이 있다.   1.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하지만 아주 연락을 끊진 말고 제자리걸음을 하듯 연락을 취해라. ‘얘 딴 남자 생긴 거 아냐?’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2. 하지만 만나면 변함없이 대해라. 더 잘해주지도 말고 못해주지도 말고. 3. 스킨십은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줄 듯 말 듯. 4.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신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줘라.    새로 산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BAR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린다든지. 당신의 재능을 활용한 지적성취를 이룬 모습을 게시한다던지.    그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혹은 그가 당신에게 처음 호감을 느낀다 했던 그런 모습 위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해 보자. 5. ‘너 언제 저기 갔어?’, ‘와, 저런 건 언제 한 거야?’, ‘옷 새로 샀어? 근데 너 나 몰래 다이어트 해?’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성공이다.     그의 사냥본능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동굴 속으로 숨으려 할 땐 겁내지 말고 그냥 놔둬야 한다. 사람에겐 숨는 본성만큼이나 사냥본성이 존재하므로 언젠가는 결국, 스스로 동굴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있다. 그 시간을 굳이 견뎌내서라도 상대와 헤어지기 싫다면, 당신은 언제나 동굴의 입구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동굴에서 빠져나올 때의 사람은, 마치 처음 태어나는 포유류와 같이 처음 눈에 띈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단, 이것 만 기억하자. 동굴 앞에서 있을 땐 최소한의 매력유지는 필수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몸매가 됐든, 향기가 됐든, 어쨌거나 기껏 동굴 밖에 나온 사람에게 예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당연한 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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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에서 논리적인 싸움은 필요가 없다

    아****

    연애에서 논리적인 싸움은 필요가 없다 클럽에 가면 여자랑 놀게 뻔하다. 너는 어제 클럽에 갔다. 그러므로 너는 여자랑 놀았을 것이다. - 귀납법   오빤 과거에 클럽에서 여자랑 많이 놀았고, 나도 클럽에서 만났잖아. 그러니까 어제도 그랬지? - 연역법   “너는 내편이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내편이 되어 줄 거지?”   외롭고 쓸쓸할 때, 항상 내 편인 누군가 있어준다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연애의 기쁨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남자는 여자에게, ‘나를 당신 편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무조건 설득시키려 든다. 이유는 오직 사랑이다.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논리가 필요하겠냐며 멋있게 고백한다. 그런데 사랑을 유지하는 과정에선 반대 양상이 펼쳐진다. 무조건 내편이 되어 달라는 여자에게, 되레 남자들이 논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왜 너의 그 무조건 적인 편 가르기에 응해야 하냐고 따지는 남자들. 무조건 내 편에 서있던 그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부터 싸움은 시작된다. 사랑의 기쁨에 취해 있는 연애 초기와는 달리,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편 가르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들이 점점 발생한다. 이때 남녀의 차이가 드러난다.   ‘남자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여자는 감성적인 케어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감정적인 행동을 일삼는다.’는 식 결론은 사실 케바케다. 감정의 퓨즈가 쉽게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남녀의 차이라기 보단 개인차에서 연유한다. 그리고 감성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은 명확히 다른 말이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케어받기 바라는 여자와 굳이 시시비비를 따지려는 남자의 다툼은 빈번히 벌어지는 일이다.그래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단순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남자보다 자신보다 더한 논리를 갖고 대화를 하려는 남자를 불편해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 정교한 논리를 갖고 대화하려는 사람은 사실 남녀를 막론하고 피곤한 법이다. 논리가 완전히 결여된 감정싸움을 즐기는 이들 역시 상대하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단순히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인신공격을 한다거나,“변했어.”, “우리 헤어져.” 등과 같은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결혼적령기의 한 여자 선배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게 말했다. ‘쉽게 막말을 내뱉는 감정적 역치가 약한 남자와는 절대로 결혼하기 싫어. 하지만 단순히 데이트 메이트일 뿐이라면,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가려내 주는 사람보단 조금 단순한 사람이 만나기 편하지 않을까?' 싸움과 섹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참으면 욕구 불만이 된다는 것과 안 하는 것보단 잘하는 게  좋다는 거다. 장수커플이 되기 위해선 되도록 덜 싸우는 게 좋다는 말을 무조건 따를 필욘 없다. 싸우지 않는 상태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포만감 넘치는 배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어쨌거나 싸움을 잘 하기 위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논리의 유무가 아니다. 상대방에 따라 논리와 감정의 비율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것보단 싸움의 목적을 명확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끼리의 싸움은 이기기 위한 투쟁이 아니다. 자신의 논리를 굳이 설득시켜야 하는 토론도 아니다. 이해가 목적인 대화임을 명심하자. 승자와 패자의 편을 가르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일이 아닌,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대화의 한 형태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일부러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내뱉는 일, 상대가 이성을 잃고 흥분하도록 얄밉게 간질이는 행동은 그 당시의 싸움을 이기는데 도움을 줄진 몰라도 행복한 연애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진짜 내 편은 앞이나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닌,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승기를 갖기 위한 싸움은, 옆에 있던 사람을 앞이나 뒤에 위치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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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의의 거짓말 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아****

    연애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거짓말들은 대부분 분쟁의 원인이 된다. 그렇지만 때때론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데(당하는 사람은 짜증나지만), 그럴 때의 거짓말을 우린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포장한다. 선의의 거짓말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더 이기적인 거짓말과 조금 덜 이기적인 거짓말로 선의와 그렇지 않은 거짓말을 구분 짓는 사람이 있다. 혹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관계를 위한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선의의 거짓말이 무엇인지,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분분하다. 어쨌거나 그걸 ‘선의’라고 규정하는 쪽은 늘 거짓말을 하는 쪽이니까.    몇 일전, 친구 한 명이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웃을 때 보이는 덧니가 매력적이던 세 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 갑작스레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3주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술을 마셨었던 친구였다. 다음의 대화가 원인이었다.   “근데 오빤 여태까지 몇 명의 여자랑 자봤어?” “응? 몰라. 넌 내가 물어보면 말 해줄 거야?” “듣고 싶다면, 뭐 어때. 솔직한 게 좋잖아.” “(고민하다)몇 명인데?” “(고민없이)백 명쯤?”    ‘과거 중요하지 않다. 이제 부턴 너랑 만 할 건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영혼 없는 달램은 충격에 빠져있는 친구를 꺼내주지 못했다. 또 다른 한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아니 글쎄, 내가 스페인으로 출장을 가는데. 여자 친구도 스페인을 가봤다는 거야. 근데 그걸 또 자기 예전 남자친구랑 갔다 왔다고 이야길 하네? 뭐 문제가 아니란 건 아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찝찝하지?”라며 넋두리를 했던 것이다.    여자가 지난 과거를 물어 올 때 해야할 말을 귀띔하자면, ‘나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어서 너 이 전의 기억은 없어, 이렇게 사랑하는 건 니가 처음인데.’ 라는 식으로 장난처럼 얼버무리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뜨겁고 진한 사랑은 처음일 거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과거사에 대한 질문―특히 이성과 관계된―에 대답을 하는 것에 있어선 100% 정직함을 고수할 필욘 없다. 이렇듯 ‘우리’라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과거를 굳이 끄집어 내지 않으려는 건 어쩌면, 그 관계를 깨트리지 않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숨기지 않는 게 옳다. 서로 합의하여 제3자에게 하는 거짓말이 아닌 이상엔 선의의 거짓말이 될 수 없다. 관계를 위함이었다고 해도, 그 판단이 독단적이었다면 그것을 알아 챈 상대는 상처를 받을 거다. 그렇다면 그건 이기적인 거짓말일 뿐이다. 다음의 경우를 살펴보자.지난 1년간 남자친구의 직업이 한의사 인줄 알았던 여자가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 상견례까지 앞둔 상황. 평소 의심이 많던 그녀의 어머니가 흥신소 의뢰까지 하며 알게 된 남자친구의 엄청난 거짓말. 그는 생각보다 가난하고 명예도 보장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사실 한의사라는 것 때문에 남자친구와 맞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참아 낸 그녀였다. 그 자식은 사이코라며 여자는 분개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잘못된 사랑의 형태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누군가가 물었다. 만약에 남자친구가 엄청난 부자였는데, 너에게 그것을 밝히는 것이 싫어서 거짓말을 했었고, 그것이 결혼 전에 밝혀졌다 해도 지금과 같이 속상할까? 당황하긴 하겠지만 분명 지금 기분과는 다를 게 아니냐. 그럼 거짓말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닌 게 아닐까? 아니면, 그건 네가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선의의 거짓말인 건가? 자신의 감정을 놓치기 싫어 타인에게 저질러버린 남자의 연극과, 현실을 붙잡기 위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만남을 유지해 온 여자. 사실 나는 둘 중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싫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악의와 선의의 거짓말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언짢다곤 해도, 실보다 득이 되는 거짓말은 분명 있다. 넌 세상에서 가장 예뻐. 당신이 우주에서 제일 멋있어 와 같은 말은 거짓말임을 알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처럼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득이 되는 거짓말들은 선의의 거짓말로 인식된다. 약속 장소에 먼저 나온 연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온 지 얼마 안 됐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사실이 밝혀 진다해도 서로에게 피해가는 일이 없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걸려오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야동을 보려 자리에 앉았을 때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아 굳이 현재 상태를 정직하게 설명할 필요 없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진 모르겠다. 거짓말이 들킨 순간, 오히려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켜 버리는 사람도 있다. 홈쇼핑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했는데 그것이 과대광고였음을 알게 되어 흥분하는 이에게, “만약 우리 광고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광고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당신 욕심을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우리의 말을 신뢰했기 때문 아닙니까?”라는 논리다. 욕심이 지나치다 해도, 사랑은 홈쇼핑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다. 가장 큰 동력은 신뢰이고 그것은 깊을수록 좋은 것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한다며 나를 믿은 네가 잘못이라는 식으로 당신의 진심을 탓하는 사람이라면 얼른 헤어지는 게 좋다.  두 눈을 다 뜨지 말고 한쪽 눈만 뜨고 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은 거짓말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굳이 안 봐도 될 부분까지 보지 말라는 말을, 사랑에 있어 눈속임은 필수라는 것과 동일시시키면 안 된다. 끝나지 않는 연극은 없다. 그럼에도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그것을 들켜도 되는 ‘선의’의 거짓말이라 합리화시키진 말자. 차라리 완벽한 거짓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라. 선의라고 여겨 어설프게 거짓말을 해 버린 뒤 들키는 것보단, 선의가 아님을 인정하고 완벽히 상대방을 속이는 편이 연애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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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치페이의 황금비

    아****

    남녀가 생각하는 더치페이의 기준은 다르다. 여자는 분명 충분히 더치페이를 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남자들에겐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사랑하는 동안엔 누가 얼마나 돈을 내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이별의 순간이 다가 올 땐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연애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사랑은 표현이 중요하니까.   사실 지갑을 여는 것은 스킨십만큼이나 직접적인 표현방법이다. 물론 애정의 크기가 지불하는 돈의 액수와 비례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나를 위해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면 남녀노소막론하고 만족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그 만큼의 부담은 가진 상태로 나를 만난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장면이기도하고, 열심히 일해서(주어진 시간을 노동으로 환산해서) 번 돈을 나에게 쓰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런 만족도를 티내는 게 남자답지 못하다는 무언의 명령을 받는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드러내길 꺼린다는 거다. 그래서 마치 ‘남자는 오히려 쓸 때 더 행복한거 아냐?’라는 무지막지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는 것. 아무튼 더치페이(오해말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관계에서의 더치페이다)는 꽤 민감한 주제다.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소개팅, 혹은 연애 초반. 1차에서 오만원정도의 밥값이 나왔는데, 2차 커피숍에서 만 오천 원이 나왔다고 치자. 아주 개념이 없는 여자가 아닌 이상 2차는 여자 쪽에서 계산하게 돼있다. 이어진 3차 술자리. 3~4만원 정도가 나왔다.   더치페이가 확실하게 성립하려면 3차는 여자가 계산해야한다. 물론 연애 중기 이 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만남의 초기 단계에서 그런 일은 드물다. 이미 2차에서 충분히 더치를 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지만, 스스로 부담을 더하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단 뜻은 아니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이뤄진 데이트에서. 이번엔 여자 친구가 먼저 밥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아예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단지, 여자가 또다시 비용 부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해도 사랑의 최면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진 않을 뿐이다.    여자의 경우는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두 가지다. 어쨌거나 두 경우 결론은 똑같다. 만남 초기의 데이트 비용 부담은,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만약 3차를 계산할 경우 본인과 남자가 쓴 돈의 비율이 1:1, 혹은 본인이 더 부담한다는 사실이 싫어서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런 데이트가 반복되면 점점 둘 사이의 골이 깊어진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오해는 심각해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설마 1:1 이라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사람이 있겠어?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소개할 이야기는 실화다. 남자친구에게 사줄 생일 선물에 대해 고민스럽다는 여자 후배가 있었다.자기 생일에 50만원 정도 하는 가방을 선물 받았는데, 남자친구의 생일엔 뭘 사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남자는 가격에 그리 민감하지 않으니까 가장 필요한 것을 사주라고 했다. 최근 그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사주면 아마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했다. 후배가 말하길, “안 그래도 남자친구가 갖고 싶어 하는 게 있는데, 그게 가격이 38만원 정도 하거든요. 남자친구가 그게 비싸다며 늘 사는 걸 망설였던 게 생각나 그걸 사려고 했죠, 근데 제 친구 한명이 그러는 거예요. 왜 그렇게 비싼 걸 사주냐며, 그렇게 되면 남자랑 거의 맞교환 수준인데 그러고 싶어? 라고요” 그렇게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친구 이야길 꺼냈다. 아마 그 친구 분은 1:1 수준의 더치페이를 혐오할 게 확실할 것 같다.   이런 분쟁은 함께 여행을 갈 때 더 심화되곤 한다. 비행기 값, 숙소, 렌트카, 음식 등 여행경비에 들어가는 돈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여행을 가는 커플, 혹은 함께 여행용 통장을 만드는 커플은 아무 걱정이 없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문제가 심각해진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에도 마찬가지다. 선물은 주고받을지언정, 식사와 숙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쪽은 남자일 경우가 많다. 비율을 정확히 맞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6:4 와 7:3의 비율 사이를 맞춰 줄줄 아는 여자는, 그것만으로 이미 남자들 사이에서 개념 있는 여자로 칭송받게 될 거다.물론 이건 소개팅이나 만난 지 얼마 안 된 커플부터 시작해서 오래된 연인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 이다.   간혹, ‘남자들은 본인이 나서서 해 주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정론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여자들도 있다. 비슷한 비율로 더치페이를 하는 ‘나’보단 비율을 지키지 않는 ‘애교 많은 그녀’에게로 남자들이 도망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씁쓸해서라도 다신 더치페이에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건 전부 남자들이 적당한 구실을 갖다 붙인 거다. 그는 더치페이 때문에 새로운 여자에게 간 게 아니다. 그저 옛 여자에게 마음이 떠난 이유를 찾던 중, 가장 덜 미안하고 그럴싸한 걸 갖다 붙였을 뿐이다. 이런 남자들의 속내가 이해가지 않는다면, 먼저 이별을 선언할 수 있는 남자보단 이별의 책임을 여자에게 전가하려는 나약한 남자들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쉬울 듯싶다.   그럼 대체 더치페이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비율은 수학이나 미술에서 쓰이는 황금비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아름다운 비율인 1.618:1 말이다. 사랑하는 사이에 쓰는 돈을 16180원까지 계산하라는 말이 아니다. 1.618:1과 8:2는 대충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지나치게 상대방의 기여도가 크다 생각될 경우엔, 센스를 발휘하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다. 남자든 여자든,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서로를 의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의존은 좋지 않다. 단돈 만원에 당신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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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이상형은 얼마나 구체적인가?

    아****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한다면, 아무 이유 없이 헤어지는 법이다. 커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화제가 있다.  “근데 넌 OO가 왜 좋아?" "ㅁㅁ씨는 얘가 왜 좋아요?” 어색한 공기와 수줍은 웃음. 모두가 대답을 기다릴 때 등장하는 정답은 늘 한결같다. “그냥 좋아요. 다 좋으니까!”   ‘너를 사랑하는 것엔 이유가 없다.’ 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첫째, 그 이유를 설명할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벅차오르는 감정일 때. 둘째, 이유를 생각하다보면 분명 헤어져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헤어질 순 없는 ‘정’이 있어 상대방을 서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셋째, 그런 걸 생각하기 귀찮을 때.   이유 없이 사랑해주는 상대의 모습에 만족을 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매력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하게 됨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상형의 기준들을 명확히 리스트 업 시켜놓아야 그 상대를 현실에서 만날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진다. 사랑하는 기분에 그저 취한 게 아니라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큰 진심을 전달할 수도 있다. 상대를 곁에 두는 기준이 명확하다면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에 무게중심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함께 있는 사람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의 기로에서 양보와 타협이 적절해진다. 이별 후, ‘그 사람만큼 나에게 잘해주던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라는 후회의 횟수를 줄일 수도 있다.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은 사람들은 이걸 깨닫는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했는데, 오히려 감정이 그렇단 거다. 평생 계속될 것만 같던 약속도 의미가 없어지고, 뜨겁고 단단했던 감정이 드라이아이스마냥 스멀스멀 승화돼 버리는 걸 경험한다. 그럼 당연히, 그럴수록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변하는 걸 많이 가진 사람인지, 변하지 않는 걸 많이 가진 사람인지에 대한 필터가 겹겹이 쌓이는 거다. 그래서 세월이 지날수록, ‘이랬으면 좋겠어.’ 라는 positive list 대신, ‘이건 안 돼.’ 라는 negative list들이 늘어난다.   술을 하는 건 괜찮지만 담배는 피면 안 된다, 키가 작은 건 상관없지만 피부가 나쁘면 안 된다. 돈은 없어도 되지만 무식하면 안 된다. 등의 기준들이 생겼다면, 그것들에 각각의 순위를 매겨 정렬시켜보자. 조금 더 필요하고 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는 거다. 3~5가지 정도의 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단, 그것은 반드시 1위부터 5위까지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기준들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양보단 질이다. 아무리 95가지의 기준이 맞다 해도, 그것이 하위에 랭킹 되어 있는 것들뿐이라면 언젠간 헤어진다. 초기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에 신기해할지 몰라도, 그와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긴 힘들다. 반대 경우는 다르다. 자주 싸우더라도 이상하게 헤어질 수는 없는 묘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의 세계에서 함께 살아갈 유일한 한 사람을 찾는 거다. 이건 마치 입사과정과 비슷하다. 회사의 오너로서 평생 함께할 직원 한 명만을 뽑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많은 지원자들과 일일이 면접을 할 수는 없으므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항목들 -이름, 나이, 혈액형, 가족관계, 자산, 학력, 취미, 특기, 그리고 3*4사이즈의 사진-을 파악하는 것은, 다른 회사의 기준이 아닌 우리 회사만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은 사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 상대적인 기준으로 회사(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나는 착한사람을 좋아하는데 너는 돈 많은 사람이지? 이런 속물.’ 이라며 상대방의 필터링에 대해 비판하는 건 그래서 잘못됐다. 본인의 기준에 우선순위를 둘 순 있어도, 상대방의 기준까지 간섭할 권리는 없다. 운수업에 종사하기 위해선 큰 키와 시력보단 운전 실력을 필요로 하고, 쇼핑몰 모델이 되기 위해선 우수한 영어성적보다 남들보다 뛰어난 외모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저마다의 기준은 다 다른 법이다.   이 세상의 모든 소개팅 주선자들이여. 이거만 생각해주길. 보다 확실한 만남을 위해 소개할 사람의 외모, 학벌, 회사, 가정환경 등을 요구하는 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남이 그렇지 않은 만남보다 더 아름답다 생각할 필욘 없다. 그건 어쩌면, 그저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지도 모르니까.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가치는 애초에 비교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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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를 잘하는 남성은 주제를 잘 파악한다.

    아****

      주제와 소재는 다르다.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소재고, 목적은 주제다. 손님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얻고, 오너는 그것을 팔아서 이윤을 낸다. 그가 당신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이유가 단순히 잠자리만을 위해서 일지도, 그녀가 당신의 팔짱을 끼며 행복하다 말하는 목적 역시 다른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야 그렇다 치고, 여자가 그럴 리 있겠냐고? 남자선수보다 무서운 건 여자선수다. 남자는 섹스할 장소를 찾지만 여자는 섹스할 구실을 찾는다. 장소를 찾는 것에 비해, 자연스런 구실을 만드는 것은 대단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집단을 구분하는 잣대가 성별이 아님을 말해주는 실화가 있다.  20년간 여자를 사귄 적이 없었던 A가 처음으로 고백했던 상대는,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N클럽에서 만난 여자였다. 클럽 구석의 기둥에 한 쪽 손을 기대어 힙합리듬에 몸을 맡기던 여자의 모습을 A는 넋을 잃고 지켜보았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 온 A를 여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감이 생긴 A는 말을 이어갔고, 꽤 귀여운 외모에 건강한 몸,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을만한 학벌을 가지고 있던 A는 여자의 연락처를 수월히 얻었다. 음대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A보다 3살이 많은 누나였다. A는 악기가 되어 그녀의 손에서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그것을 현실화 시키려는 노력은 굳이 하지 않았다. A는 아직 그럴 만한 여자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데이트 날, A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짧은 치마를 입고 A의 자취방에 방문한 그녀는 자연스레 그를 유혹했다.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다며, 올 땐 오늘 밤 우리 둘 사이에 필요한 것도 꼭 사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날은 A의 500M 달리기 최고 기록을 경신한 날이 됐다. 그날 이후 그녀와 A의 데이트는 잦아졌고, 만족스런 스킨십을 나눈 시간도 늘어갔다. A는 점점 그녀와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었고, 달빛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이 참 눈부시다 생각하던 어느 밤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우리 사귈까?” 결과는 참담했다. 그녀는 그 순간부터 A의 연락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연락이 끊긴지 한 달 후, 그녀로부터 쪽지가 도착했다.  ‘너 참 괜찮은 남자야. 하지만 우린 그런 사이는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연락하자. 괜찮지? 내일 뭐 해?’  괜찮을 리가 없다. 그렇게나 많은 것을 함께 공유했음에도 이렇게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알게 된 순간. 그 충격은 겪어본 사람만 알거다. 내 어떤 모습이 그녀에게 실망을 주었던 거지? 뭘 더 잘했어야 했던 걸까. 뒤늦은 고민이 해결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단 걸 알지만 후회는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더 비싼 음식을 사줬어야 했나? 대화를 재미없게 했나? 스킨십을 더 잘 했어야 했나?  구체적인 소재에 대한 아무리 많은 고민을 하고 그것을 개선시킨다 해도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생각하는 주제가 다른 사람과 만남을 지속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주제는 곧 이야기의 결말에 영향을 미친다. 놀부가 흥부대신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 주제는 권선징악과 거리가 멀어질 거다. 신데렐라의 구두가 다른 이에게 잘 맞아 버렸다면, ‘소중한 물건은 관리를 잘해야 한다’쯤이 주제가 될 거다. A가 생각했던 결말은 ‘누나와 연인사이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그녀는 ‘A와는 엔조이 사이로 즐기며 지내는 것’만을 원했다. 완전히 다른 결말을 가진 두 이야기의 주제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연인끼리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경우,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한다. 하지만 ‘한’편의 드라마가 애초에 아니었을 경우,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상실감은 엄청나다. 요즘 네티즌들은 작가가 정해놓은 드라마의 결말까지 바꾼다지만, 연애에선 그게 쉽지 않다. 원하지 않던 결말을 맞이했을 경우엔 받게 될 상처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좌절은 할 필요 없다.  여러 번의 상처를 통해, 우리에겐 다양한 소재들이 확보된다. 그리고 그것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연애의 고수들은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철저히 갈무리하고, 상대방의 주제를 실현시켜줄 적절한 소재까지 잘 찾아낸다. 간혹, 만난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아 나를 잘 모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꿈꿔왔던 데이트를 완벽히 구현시켜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와 영화 같은 로맨스가 시작될 거란 상상을 섣불리 하지 않아야 한다. 섹스보단 손을 잡고 거리를 걸을 때 느끼는 따뜻함이 좋다며 수줍게 얼굴을 붉힌다고 해서, 꽤 로맨틱한 섹스 후 나의 손을 꼭 잡아주며 밤새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해서, 그가 당신과 진심을 통하고 싶은 거라 속단하면 안 된다. 상처를 통한 소재가 많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은, 단순히 이상을 현실로 구현시켰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에게 쉽게 넘어갈 위험이 있다.   사실 누군가의 주제를 파악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글의 주제를 알기 위해선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애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지난 시간의 의미를 정확히 깨닫곤 한다.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진 진심을 다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상대가 나열하는 소재들만으로 괜한 환상을 가지지 말아야 상처를 덜 받는단 이야기다.   상대방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의 도구로 활용될 것인지, 그를 이용하여 스스로 행복한 이야기를 그려낼 것인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상대의 의식이나 대화의 주제가 아닌, 본인의 주제를 잘 파악하는 것 도 중요하긴 하다. 정말 괜찮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선 정말 괜찮은 남자가 먼저 돼야 한단 얘기다. 몸에서든 대화에서든, 기분 좋은 향기를 풍기며 자꾸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남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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